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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고구려의 재상 왕산악이 만든 현악기

by 티라미숙 2025. 9. 10.

거문고는 고구려의 재상 왕산악이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대표적인 현악기로서, 한국 전통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여섯 개의 현을 가지고 있으며 깊고 장중한 음색을 지닌 거문고는 선비들의 정신적 수양과 예술적 교양을 상징하는 악기로도 사랑받아 왔습니다.

 

거문고, 고구려의 재상 왕산악이 만든 현악기
거문고, 고구려의 재상 왕산악이 만든 현악기

1.거문고의 기원과 전승 과정

거문고의 유래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고구려의 재상 왕산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전해졌습니다. 왕산악은 기존의 악기에서 착안하여 새로운 현악기를 제작했으며, 이 악기는 후대에 이르러 고구려의 문화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4세기 경의 안악 3호분 벽화 주악도 속에서 거문고의 원형으로 보이는 악기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거문고의 기원이 고대에 이미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였습니다.

거문고는 7세기 말 신라에 전해졌으며 신라인들은 이를 나라의 보물 창고인 천존고에 보존하며 귀하게 여겼습니다. 이후 신라의 음악 문화 속에서 계승되었고,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한국 음악의 대표적인 악기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이 학문과 더불어 거문고 연주를 수양의 수단으로 삼으면서 사회적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이 악기의 구조는 오동나무 몸체와 단단한 나무로 만든 뒷판이 결합된 울림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울림통의 구조는 소리를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몸체에는 16개의 괘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음정을 조율하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였습니다.

거문고의 전승 과정은 단순히 악기의 기능적 발전만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와 밀접하게 연관되었습니다. 학문과 정신 수양을 중시하던 전통 사회 속에서 거문고는 단순한 음악 도구가 아니라 학문적 사유와 정신적 고양을 위한 매개체로 기능했습니다. 선비들은 거문고를 통해 내면을 다스리고, 음악 속에서 심신을 수양하며 고결한 품성을 길러 왔습니다. 이처럼 거문고는 단순한 악기를 넘어 정신문화의 일부로서 계승된 유산이었습니다.

 

2.거문고의 구조와 연주 방식

거문고는 여섯 개의 줄을 가지고 있으며, 각 줄마다 고유한 이름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줄은 문현, 두 번째는 유현, 세 번째는 대현, 네 번째는 괘상청, 다섯 번째는 괘하청, 여섯 번째는 무현이라 불렸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된 줄은 유현으로, 가늘고 높은 음을 내며 거문고 특유의 맑고 청아한 소리를 이끌어갔습니다. 반면 대현은 굵고 낮은 소리를 내어 유현과 음색의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거문고의 몸체는 오동나무를 주재료로 하여 제작되었으며, 그 뒤에는 단단한 나무를 덧대어 울림을 보강했습니다. 몸체 위에는 16개의 괘가 배치되었는데, 이는 음정 조절을 위한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각 괘는 높이가 달라 소리의 높낮이를 조율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다채로운 음악 표현이 가능했습니다.

연주 방식 역시 독특했습니다. 연주자는 오른손 식지와 장지 사이에 해죽으로 만든 술대를 끼우고 엄지손가락으로 버티어 줄을 뜯거나 내려치며 연주했습니다. 줄이 울릴 때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줄이기 위해 술대가 닿는 부분에는 부드러운 가죽을 입혔습니다. 이로써 소리가 부드럽고 맑게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연주 기술 중에는 대점과 소점이 있었습니다. 대점은 오른손을 들어 위에서 줄을 내려치는 방식이었으며, 소점은 오른손을 몸체에 댄 채 줄을 뜯거나 치는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줄의 음정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농현 기법을 통해 섬세하고 다양한 음색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주법 덕분에 거문고는 단순히 소리를 내는 악기를 넘어 깊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적 도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거문고는 음역이 넓어 세 옥타브에 걸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었으며, 전조가 용이하여 가야금이나 관악기보다도 훨씬 다양한 곡조를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거문고가 합주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3.거문고의 음악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

거문고는 단순히 전통 현악기의 하나로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 속에서 깊은 상징성을 지닌 악기였습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연주한 악기라는 점에서 거문고는 학문과 예술, 나아가 정신적 수양을 함께 아우르는 도구로 여겨졌습니다. 거문고를 연주하는 행위 자체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인격 수양과 도덕적 성찰을 위한 수단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거문고는 합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현악 위주의 악곡에서 거문고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전체 연주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깊고 장중한 음색은 다른 악기의 소리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면서도 중심을 잡아주었고, 다양한 곡조와 조화를 이루어 한국 전통 음악의 풍성함을 더해주었습니다.

거문고의 음악적 가치는 단순히 그 음색과 표현력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전통 음악은 구음이라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입으로 소리를 흉내 내어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거문고 구음은 당, 둥, 동, 징, 등, 덩, 흥, 청 등으로 다양했으며, 이러한 소리만으로도 하나의 노래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는 거문고가 단순히 연주하는 악기가 아니라 한국인의 언어적 리듬과 감성을 담아내는 매개체였음을 보여줍니다.

문화적으로도 거문고는 한국 전통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단순한 음악적 도구를 넘어 한국인의 정신문화와 예술적 정체성을 담아낸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선비들이 학문과 함께 거문고를 연주하며 도덕적 성찰을 이어갔던 것처럼, 거문고는 삶과 학문, 예술을 아우르는 도구였습니다. 오늘날에도 거문고는 국악의 중심 악기로서 계승되고 있으며, 전통 음악 교육과 공연을 통해 여전히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거문고는 고구려 왕산악의 손에서 시작되어 한국 전통 음악 속에서 오랜 세월 계승된 대표적인 현악기였습니다. 구조적 특징과 독창적인 연주 방식, 그리고 깊은 문화적 상징성을 통해 단순한 악기를 넘어 한국인의 정신과 예술적 정체성을 담아낸 소중한 유산이었습니다.